이게위키/위키로그/한국의 아케이드와 오락실 산업
들어가기 전에
한국 아케이드 산업은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대중문화가 그러하듯 일본에서 들여왔고, 한국만의 방식으로 발전한 지는 40년이 채 못 되었습니다. 이 시리즈에서는 한국 아케이드 산업의 시작과 몰락, 현재를 다루고 오락실 업계의 역사를 사회 변화에 중점을 두어 읽기 쉽게 풀이합니다.
도입
발전
부흥
몰락
내부적 요인
한국에도 오락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시기가 있었다. 애석하게도 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붐은 그리 길지 않았다. 리니지의 인기, 스타크래프트의 국민게임화에 호응하듯이 PC방이 곳곳에 들어서며 게임 "한 판" 하는 데 동전을 넣는 오락실은 사라져만 갔다. 많은 오락실이 폐업했다. 일부는 문방구로, 영화관으로 자리를 옮겼고 목 좋은 곳에 들어선 오락실, 역사를 함께하는 유저층이 있는 오락실 등 많지 않은 업장을 제외하고는 시대의 흐름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매니아층을 보유하는 게임들이 있었으니, 바로 격투, 슈팅, 레이싱 그리고 리듬게임이다. 국내 한정으로 보았을 때 그러하다. 각자 독특한 게임성과 탄탄한 플레이어층을 바탕으로 꾸준하게 매출을 내 주었고, 그랬기에 업주는 비싼 업그레이드 비용을 감안하며 오락실을 운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콘솔과 PC로 눈길을 돌리는 게임 제작사들은 차츰 늘어갔다. 가장 먼저 스러져간 장르는 슈팅. 실제 총기를 본뜬 컨트롤러와 거치대, 초대형 디스플레이까지 있는 기체는 관리하기 매우 까다로웠고 잔고장이 많았을뿐더러, 기계를 험하게 다루는 일명 '진상짓'에 취약했다. 공간도 많이 차지하는데 매출은 시원찮고, 국내에 정식 발매되는 모델마저 적어져 가니 차츰 사라져 갔다. 타임어택 등 여러 도전을 즐겨하던 매니아층도 줄어들고, 현재 들어서는 대형 오락실에 구색으로 들어서는 수준이 되었다.
다음 타겟은 격투. 철권넷(TEKKEN-NET) 종료로 인해 아케이드 격투 게임은 의미가 없는 수준이 되었다. 현재도 '오락실'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기에 여전히 중고 기체 거래는 활발하고 일반인 인컴률도 상대적으로 높지만, 수익의 기반이 사라져 버렸기에 그뿐이다. 그린게임랜드가 폐업하고 대부분의 유저가 스팀판으로 이동하며 아케이드 격투게임은 사실상 명이 끊겨 버리고 말았다. 한때 시대를 풍미했고 레버와 버튼 등 하드웨어적인 부분까지 연구가 이루어졌던 장르렸기에 더욱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한 마지막이다.
이제 아직 살아 있는 쪽이다. 먼저 레이싱 쪽을 보자. 국내에서는 크게 두 게임으로 나뉘는데, 이니셜D와 완간 미드나이트다. 이 또한 구색 맞추기용 오락실일 경우, 대개 넷이 끊긴 구형 버전을 들여놓지만 일반인 인컴률은 그럭저럭 나온다. 아무래도 현실에서 익숙한 조작법이다 보니. 하지만 실질적으로 의미가 있는, 온라인으로 현역 가동 중인 버전을 따지면 이쪽도 앞길이 평탄하지만은 않다. 당장 전국에 이니셜D 제로나, 완간 신기체를 들여놓은 오락실이 얼마나 되는가? 합쳐 20매장도 되지 않는다. 아케이드 레이싱 기체 또한 일반인들의 과격한 조작에 성할 날이 없다. 페달, 핸들, 변속기 모두 민감한 부품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차 아니라고(?) 쾅쾅 소리가 나도록 다루니 너덜너덜해지기 쉽다. 게다가 굉장히 섬세한 기계인 만큼 기체값도 만만찮다. 2005년 Ver.3가 당시 2800~2000만원이었고, 최신 기체인 제로는 5천만 원을 거뜬하게 넘는다. 진짜 차 가격인 셈인데, 여기서 네트워크 비용과 월정액을 빼면 마진이 많이 남지도 않는다. 초창기 주안 씨피유에 이니셜D 제로가 2조나 있었지만 이용률이 저조하자 빠진 것도 같은 이유다.
그리고 슈팅과 레이싱이 가지게 된 공통적인 유저이탈 원인은 바로 가격이다. 여기서 한국의 비정상적인 요금체계를 따지고 들어가면 또다른 시리즈 하나는 나오겠지만, 어찌 됐든 기본요금은 천 원이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오랫동안 1회 300~500원에 익숙해져 있었고 1천원으로의 가격 인상에 발길을 끊기 시작했다. 오락실의 마진은 줄어가고, 기계는 빠지고, 사는 사람도 줄어들고. 구조적으로 빠져나올 수 없는 악순환이다. 그렇기에 현재 시점에서 오락실을 신규 창업한다는 자체가 도전인 것이다.
그리고 비싸지는 기체 가격도 한몫한다. 슈팅, 레이싱 모두 신기체 가격은 고사하고 중고마저 좋은 상태일 경우 비싸다. 차라리 일반인의 인컴을 노려 부스류의 체감형 게임을 들이는 편이 나을 정도이고, 이는 분명 오락실 점주들에게 큰 벽이 된다. 물론 게임사 잘못이다만 그쪽도 힘들긴 하단다. 참고로 뽑기류로 무장한 오락실은 이 시리즈에서 '오락실'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외에도 정밀 "사격" 게임, 신생 "다트" 게임, VR계열 게임들과 기타 라이센스로 이목을 끄는 게임들이 있지만 여기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리듬게임은 2020년 현재까지 탄탄한 마니아층을 보유한 유일한 아케이드 장르라고 봐도 무방하다. 코나미와 세가가 쌍두마차로 이끌고 있으며, 기종도 현역으로 개발되는 게임이 15종이 넘고 새로운 IP, 기체를 사용한 신작 개발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만큼 수익성 있는 시장이라는 뜻이다. 그러기에 리듬게임에 전무한 창업자들에게도 "사운드 볼텍슨지 뭔지 하는 게임이 잘 되더라" 하는 팁이 달리는 정도이다. 실제로도 500원 설정이 암묵적으로 일반화되어 있고 한국에서 네 장르 중 가장 많은 플레이어를 보유하고 있다. 아무래도 회당 수익보다는 많은 플레이를 기대하는 방향. 일본으로 넘어가면 세가, 타이토와 기타 게임들이 한국에서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인기가 있지만 일단 한국에서는 현재 비마니가 주류인 편이다.
인형뽑기와 체감형 게임을 주로 들여놓는 짱오락실 체인에서도 생각보다 많은 점포에 사운드 볼텍스, 투덱, 노스텔, 기타도라와 댄스러시가 있다. 특히 앞의 네 기종은 리듬게이머를 노린 것이지만서도 댄스러시는 일반인까지 타겟으로 잡기도 하고, 실제로 화려함과 직관적인 조작에 호기심으로 플레이해 보기도 한다. 물론 기체 가격은 비싸지만, 댄스러시 출시 이전까지는 생각도 하지 못한 일이기도 했다.
번외: 한국 리듬게임 시장
그리고 한국 오락실의 꽤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주로' 리듬게임을 다루는 오락실이 있다. 이쪽도 모두가 힘들긴 매한가지이다. 그럼에도 리듬게임이 한국 오락실 업계를 조금이나마 되살아나게 해준 이력이 있기에, 그것부터 말해보자.
아케이드 리듬게임의 실질적인 시발점은 1997년, 코나미의 비트매니아다. 오죽했으면 현재 자사 리듬게임 프랜차이즈명이 그걸 줄인 BEMANI일까. 즉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개발진은 98년 DDR과 99년 팝픈뮤직, 기타프릭스, 드럼매니아로 화답했다. 아케이드 리듬게임의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비트매니아와 DDR은 일본에서 전국적인 인기를 끌었다. 얼마나 열광적이었으면 한국에서도 비슷한 국산 게임인 EZ2DJ와 펌프잇업이 초대박 성공을 거뒀을까. 당시의 "펌프방", "이지방"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문방구에도 이지투 미니가 있었고, 사람들은 발판 위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몇 년 새 신작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국산 아류작은 고사하고 코나미에서는 이때다 싶어 다양한 컨셉과 타겟의 리듬게임을 내놨다. 하지만 그중 무려 9기종이 실패했고, 99년 출시된 비트매니아 II 시리즈가 02년 시리즈가 끝난 오리지날 비트매니아의 계보를 완전히 이어받게 된다.
그리곤 조용해졌다. 살아남은 4기종만이 차츰 매니악해지며 일반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리듬게임을 증심으로 개업했던 오락실들은 여럿 문을 닫았고, 국내에서도 경제적 타격과 함께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 EZ2DJ는 개발사의 잘못된 결정과 개발진 분열, 코나미와의 특허 분쟁으로 한창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펌프는 열악했던 초창기 퀄리티를 뛰어넘어 남미 진출에 성공하고, 이례적인 전성기를 보냈다. 한편 한국 아케이드 시장은 2004년 바다이야기 사태로 인해 완전히 박살이 나고 말았다. 2008년, 두 게임이 등장하기 전까지 한국 아케이드 시장은 적막했다.
DJMAX는 2005년 PC 온라인 리듬게임으로 시작됐다. 이후 성공적으로 콘솔 시장에 자리잡은 뒤 메트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아케이드 시장에 뛰어들기로 결정한다. 널찍한 터치스크린에 HD BGA, 독특한 게임성과 눈길을 끄는 상단모니터로 무장한 DJMAX TECHNIKA는 게이머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작성 중>